한국과 서구 사회 복지 발달의 차이

2025. 8. 29. 08:29사회복지사

한국과 서구 사회복지발달의 차이: 역사와 맥락 속에서 본 비교

사회복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마련한 지원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의 발달 과정은 나라마다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전개되어 왔습니다. 특히 서구 사회복지의 발달한국 사회복지의 발달은 유사한 지점을 가지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양자의 발달 과정을 역사적 배경, 제도적 특징, 철학적 기반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차이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회복지 발달의 역사적 배경

(1) 서구 사회복지의 발달 배경

서구 사회복지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태동했습니다. 18세기 후반부터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빈곤, 실업, 아동 방임, 노인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표면화되었습니다. 기존의 가족이나 교회 중심의 전통적 보호 체계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고, 사회적으로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구빈법(Poor Law, 1601)**은 서구 사회복지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이후 19세기에는 자유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최소한의 구호에서 출발했으나, 20세기 들어서는 복지국가(Welfare State) 체제를 형성하며 국민의 권리 차원에서 보편적 사회복지를 제도화했습니다.

(2) 한국 사회복지의 발달 배경

한국 사회복지는 서구와 달리 자생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역사적 단절과 외부적 영향 속에서 전개되었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유교적 가치관과 가족주의에 기반하여 노인 부양, 상부상조, 향약과 두레 같은 공동체적 돌봄 체계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사회복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 등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며 서구 제도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1950년대 전쟁 직후에는 절대적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구호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후 1960~7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제한적 사회보험 제도가 도입되었고,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사회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제도가 본격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 발달 과정의 주요 특징 비교

(1) 제도 도입 시기의 차이

  • 서구: 산업혁명 시기부터 빈곤 문제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었고, 19세기부터 국가 개입이 제도화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에는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로 발전했습니다.
  • 한국: 20세기 초반 이후에야 근대적 복지 개념이 도입되었고, 본격적인 제도화는 1960년대 이후 시작되었습니다. 즉, 서구보다 한 세기 이상 늦게 전개된 셈입니다.

(2) 철학적 기반의 차이

  • 서구: 개인의 권리, 시민권, 사회계약론 등 시민권적 발상에 기반하여 복지를 발전시켰습니다. 복지는 국민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 한국: 유교적 전통의 가족주의와 국가주의적 발상 속에서 복지가 시혜적·보충적 성격으로 출발했습니다. 권리보다는 ‘도움’이나 ‘배려’의 차원에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3) 복지제도의 성격

  • 서구: 복지제도가 보편주의(universalism)에 기초하여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 영국, 독일 등은 사회보험·사회서비스가 국민 전반에 확대되었습니다.
  • 한국: 초기에는 선별주의(selectivism)에 기초하여 빈곤층과 취약계층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등도 ‘최저 생활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4) 국가 역할의 차이

  • 서구: 복지국가 모델에 따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 한국: 국가 개입은 점차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가족의 부양 책임을 강조하는 특성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노인 부양이나 아동 돌봄은 공공보다는 가족에게 우선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 한국과 서구 사회복지 발달 비교

구분 서구 사회복지 한국 사회복지
역사적 배경 산업혁명 이후 빈곤 문제 해결 필요성으로 출발 전통적 가족주의 → 일제강점기·한국전쟁·외부 영향으로 제도 도입
발달 시기 18~19세기부터 국가 개입 시작, 20세기 복지국가 완성 20세기 중반 이후 본격화, 1990년대 이후 확대
철학적 기반 시민권, 사회계약론, 권리 중심 유교적 가족주의, 시혜적·보충적 성격
복지제도의 성격 보편주의(모든 국민 대상) 선별주의(취약계층 중심), 최근 보편주의 확장 시도
국가의 역할 국민 생활 보장에 적극 개입 제한적 개입, 가족의 부양 책임 강조
한계 및 과제 복지재정 부담, 효율성 논의 복지 사각지대, 재정 부족, 권리 인식 부족

3. 한국 사회복지 발달의 한계와 과제

한국의 사회복지는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제도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서구와 비교했을 때 다음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1. 보편적 복지의 부족
    아직까지 한국의 복지는 선별적 성격이 강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합니다.
  2. 가족 중심 복지체계의 잔존
    노인, 아동, 장애인 문제 해결에서 가족에게 과도한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가 지속됩니다.
  3. 복지재정의 취약성
    조세부담률이 서구 복지국가에 비해 낮아 복지 지출 확대에 제약이 있습니다.
  4. 권리로서의 복지 인식 부족
    국민 다수가 복지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여전히 시혜나 지원의 차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결론: 동서양의 교차점에서

서구의 사회복지는 시민권과 권리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로 발전해 왔고, 한국의 사회복지는 가족주의 전통과 국가의 후발적 개입 속에서 제한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 저출산, 불평등 심화라는 사회문제 앞에서 점차 보편적 복지로 전환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사회복지의 발전은 서구 복지국가 모델을 단순히 모방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적 문화와 현실을 반영한 복지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즉, 가족주의 전통을 유지하되 국가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방식,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은 복지재정을 확충하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복지를 국민의 권리로 확립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정리하자면, 서구 사회복지가 권리 중심·보편주의적 성격으로 발전해 온 데 반해, 한국 사회복지는 시혜적·선별주의적 성격으로 출발해 점차 확대되는 과정을 밟아왔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역사적 출발점, 문화적 가치관, 국가의 역할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